9살, 6살 두 아이에게 읽어줄 영어 그림책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영어가 쉬우면서 재미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단순해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영어 원서를 고를 때 코믹한 요소가 있는 책을 주로 고릅니다.
하지만 'They all saw a cat'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코드도 없고, 심지어 패턴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바라보는 다양한 세상, 고양이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흥미로운 일러스트로 표현하여 아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습니다. 영어가 쉬운 것은 덤이죠.
그럼 책을 살짝 들여다보겠습니다 :)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내지 부분이 '고양이 털'무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첫 장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죠. 고양이는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습니다. 뒤이어 세상에 나온 고양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등장합니다.
귀여운 고양이를 향한 따스한 손길과 시선, 그리고 얄미운 고양이를 향한 강아지의 적의 담긴 시선, 사진엔 없지만 먹음직스러운 토실토실한 고양이를 바라보는 여우의 시선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일러스트가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또다시 발을 내딛습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
붕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굴절된 고양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입니다. 생쥐는 고양이가 어떻게 보일까요? 아주 사납고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보일 테 지요. 호기심에 찬 물고기의 시선, 겁에 질린 생쥐의 시선이 각각 다른 고양이를 그려냅니다.
꿀벌이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이 참 재밌습니다. 수많은 겹눈으로 이루어진 꿀벌의 눈에는 고양이가 마치 알록달록한 점묘화처럼 보이네요. 자연관찰 책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가 꿀벌책에서 본 겹눈이야기를 꺼냅니다. 겹눈으로 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짐작해 보게 됐지요.
꿀벌과 달리 뱀의 눈에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고양이가 적외선 카메라로 찍어놓은 듯 묘하게 보입니다. 그림만 봐도 참 흥미롭습니다.
잠시 영어 이야기를 하자면, "The bee saw a cat." "The snake saw a cat." 그리고 "They all saw the cat"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동물의 이름만 주어에 넣어주면 됩니다. 단순한 패턴의 반복에도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성과 재미있는 일러스트, 책에 담긴 메시지까지 어우러져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고양이가 만난, 그리고 고양이를 만난 모두의 시선으로 탄생한 고양이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각자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고양이가 개인적으론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고양이를 봤지만 저마다의 시선과 편견, 오해나 사회적 관념 등으로 각자의 고양이를 만들어 내곤 하죠.
어쨌든 이것도 저것도 모두 같은 고양이지만요.
마지막으로 다시 길을 걷다 물가에 간 고양이는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합니다.
Imagine what it saw?
고양이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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