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별난아둘맘입니다 :)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아이의 사회성 문제에 우려가 많을 것입니다. 저 또한 아이가 ADHD진단을 받았을 때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도 걱정되었지만, 사회성 영역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피치는 상당히 학습적인 문제가 많았음에도 저는 사회성에 대해 훨씬 더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약물복용과 적당한 홈스쿨로 인지, 학습적인 부분은 크게 향상되었으나, 여전히 사회성 문제는 쉽지 않았습니다. 피치는 유아기 때부터 거의 매일 친구와 놀았을 정도로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여섯 살 쯤 까지는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소수의 친구들과도 놀고 종종 다수의 친구, 형 누나들과도 함께 놀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관계노출이 사회성 형성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자주 친구들과 놀다 보니 아이의 이상행동을 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는 장점은 있었지요.
ADHD약물 복용 후 아이의 사회성은 좋아졌을까?
약물 복용 후 사회성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욱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좋아진 부분도 있습니다. 약물 복용 전 피치의 성향은 사람을 좋아하고 밝고 명랑한 편이며, 낯은 가리지만 상대가 조금만 다가오면 잘 받아주고 신나게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피치의 첫 약물은 메디키넷이었는데 ADHD 증상에 상당한 약효를 보였지만, 동시에 불안과 초조, 긴장 등의 감정적인 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친구들과 흔쾌히 놀기 보다는 친구가 먼저 호감을 보여도 눈을 깜빡거리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아는 친구와 놀 때도 평소에는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기가 힘든지 지치고 짜증이 나는 듯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또 따른 문제는 초등학교 입학 후에 일어났습니다. 메디키넷 약효가 5시간 정도 지속되었는데 아침에 약물을 복용하고 하교할 때쯤이면 약효가 떨어지면서 반동현상으로 더 심한 과잉행동을 보이더군요.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의 사회생활이라고 해봤자 하교 후 잠시 놀이터에서 놀다 학원으로 흩어지는 게 전부인데, 하필 그 시간에 더 심한 증상을 보이니 제가 보고 있어도 종종 트러블이 일어났습니다. 참고로 이 당시에는 사회성 그룹 치료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센터 수업 내에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3월 말 쯤 약을 콘서타로 교체하면서 이 문제는 다행히 어느 정도 해결되었습니다. 약효가 길어지다 보니 반동현상을 겪지 않아 친구들과 있는 시간에 증상이 튀어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메디키넷을 먹을 때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불안과 긴장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또한 ADHD를 겪으며 종종 또래관계에서 거부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위축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아이들 무리에 끼어 잘 놀다가도 결국은 자꾸 치이는 포지션이 되는 바람에 마음 상한 적도 많습니다.
예를들면 술래잡기를 하다가 자꾸 잡히면 안 하고 싶다고 짜증을 낸다던지, 과하게 흥이 올라오면 친구를 과격하게 잡는 등의 행동을 가끔 보였습니다. 화용언어도 떨어지는 편이라 친구들이 놀리거나 장난을 칠 때 잘 받아치지 못해서 혼자 약이 올라 억울해하다 함께 놀기를 거부한 적도 종종 있습니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불안과 긴장이 있다 보니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눈을 깜빡이며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거나 다소 긴장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ADHD증상이 많이 잡혔기 때문에 먼저 시비를 건다던지, 과격하고 충동적인 행동은 하지 않아 어울려 잘 놀진 못해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ADHD 약물치료와 놀이치료를 병행했더니
피치는 올 3월 부터 지금까지 놀이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성 그룹 수업을 하다가 일대 일 놀이치료로 바꾸게 되었는데 아이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안정시켜 주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사회적 기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본 상태를 만들어줬다면,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를 함께 병행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피치는 약물복용 부작용으로 불안감을 겪고 있었고, 자존감도 낮아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친구 관계가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습 부진도 있었으니 자존감이 높을 수가 없었겠죠. 그래서 계획에 없던 놀이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는 선생님과 다양한 놀이와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관계를 쌓고, 나아가 아이를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어 문제행동을 서서히 수정해 나가게끔 도와주는 치료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즐겁게 게임을 하며 놀고 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놀이치료 시간을 즐기고 기대합니다. 특히 피치처럼 ADHD와 정서적인 문제가 함께 있다면 놀이치료를 했을 때 더욱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첫 한 달은 아이와 친밀감을 쌓기위해 말 그대로 함께 신나게 놀아주십니다. 어느 정도 친밀한 사이가 된 후에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몸 놀이, 슬라임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를 아이가 주도하게끔 하여 진행하는데, 이때부터는 선생님의 설계가 들어갑니다. 선생님이 게임에서 일부러 져주기도 하고, 혹은 승부욕이 강한 아이에게 일부러 큰 점수차로 이기기도 하여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의 문제행동을 자연스럽게 수정해 주고, 다독여가며 해결점을 제시해 줍니다.
피치는 놀이치료를 할 때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는 길엔 항상 기대감에 차 있고 돌아올 땐 늘 아쉬워합니다. 또한 저는 센터를 보내면서 언어치료든 사회성치료든 딱히 효과를 느끼지 못 했는데, 놀이치료를 하면서 피치의 일상에 적용이 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승부에 집착하고 틀린 것에 대한 코멘트를 늘 지적이라고 생각하는지 회피했는데 이 부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지더라도 승부를 인정하고 다시 한 번 해 보자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규칙도 잘 지키고 친구들과 놀 때도 이기려고 했던 과격한 행동들이 줄어드니 좀 더 원만하게 놀이를 합니다. 아직 무언가 틀린 것에 대한 조언은 감정 상태에 따라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입니다.
아쉬운 점은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으나, 여전히 친구들 사이에서 종종 치이고 위축된 모습이 보여 안쓰럽습니다. 이 부분을 놀이치료 선생님께 상의드렸는데 선생님 께서 위로의 말을 해 주셨습니다.
"어머님, 1학년 때는 차라리 과잉행동으로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조금 겉돌고 적극적으로 놀지 못하는 게 더 나아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회성도 조금씩 성장하고 그 후엔 결이 비슷한 마음 맞는 친구도 하나 둘 생기게 될 테니 걱정 마세요."
약물 복용과 놀이치료 이전의 피치는 "얘는 늘 그러는 애"로 친구들 사이에 각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과격하고 이상한 아이로 친구들에게 한 번 인식이 되면 그걸 바꾸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조금 소심하고 위축되어 친구들에게 인기 없는 느린 아이지만, 조금씩 사회성이 성장하여 서서히 마음 맞는 친구들 사이에 스며들길 바라봅니다.
ADHD 아이를 위한 사회성 기술: 대화 시작하기
ADHD 아이를 위한 사회성 기술로 소개된 다양한 방법 중 피치에게 도움이 됐던 '대화 시작하기'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ADHD 아동들은 사회적 단서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기 영 어려운 것이죠. 늘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거나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대화를 시작하기 쉬운 방법은 '대화 시작물(conversation starter)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포켓몬에 관심이 많습니다. 피치는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주위 친구들이 모두 포켓몬에 열광하는 것을 보며 관심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한창 포켓몬 카드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였는데 그때 중고로 HP가 높은 인기카드만 구매해 주었습니다. 또한 정말 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포켓몬 가오레 칩도 몇 개 구매해 주었습니다. 포켓몬 딱지도 꽤 많이 구매해서 친구들에게 나눠 주고 함께 딱지치기도 했었죠.
포켓몬 카드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 서로 캐릭터 이야기를 하다가 가끔은 친구에게 카드를 선물 받아 오기도 하고, 함께 카드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러다 싸운 적도 있지만, 포켓몬을 계기로 수다를 떨다 놀이로 이어진 적도 많습니다.
만약 사회성 기술이 떨어지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대상에 흥미와 지식을 갖고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기 조금 쉬워집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
1. 말하기 원하는 상대를 결정한다.
2. 두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공통의 요소를 찾는다. 예를 들면 포켓몬, 닌텐도 게임, 영화, 운동 등이 있다.
3. 대화하고 싶은 상대가 대화할 시간과 상황이 되는지 잘 확인해 봐야 한다.
4. 친구가 상황이 된다면 인사 후 공통 흥밋거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본다. ADHD를 가진 아이는 이런 기술을 역할극으로 엄마와 함께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나 어제 포켓몬 딱지 샀는데 너 혹시 포켓몬 딱지치기 좋아해?" 또는 "어제 월드컵 경기 봤어? 진짜 대박이더라." 라고 말 할 수 있다.
5. 상대가 반응한다면 이제 대화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 만약 상대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주제를 이야기 해 본다. 그래도 여전히 관심이 없다면 그 아이와는 일단 떨어지는 것이 좋다. 대화를 시작할 상대와 기회는 많으니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질문 목록을 만들어 스크립트처럼 써서 역할극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도 비슷한 설루션이 나온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도 스크립트를 써서 엄마와 함께 혹은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목록을 작성할 때는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겠죠?
ADHD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와 적용해 볼 수 있는 사회성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ADHD 사회성 기술을 향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기회가 될 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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