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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ADHD 아들을 키우면서 힘든 점 세 가지

피치엄마 2024. 1. 6.

ADHD 아들육아 힘든점 3가지

 

이제 10살이 된 큰 아이는 2년 넘게 ADHD 약물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예전보단 사람이 됐지만 그래도 힘든 점이 참 많네요. 무난한 아이를 키워도 힘든 점이야 없겠냐만은 좀 더 특별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신세한탄 포스팅이 될 것 같아 본격적으로 징징대기 전 주의 말씀드립니다 :) 

 

보통 이 카테고리의 글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저의 경험을 녹여 포스팅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100% 주관적인 포스팅임을 미리 밝히며, 이제 막 10살 된 ADHD 아들을 키우면서 힘든 점 세 가지를 하나하나 읊어보겠습니다. 

 

 

1. 감정의 변화가 심해요. 

감정의 업 다운이 심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도 모두 다 함께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혼자 기분이 좋아서 남들에게 공감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실 없어 보이고 눈치 없어 보입니다. 

 

"쟤 왜 저래?" 라는 말이 나오는 분위기를 종종 만들어요. 혼자 신나서 웃고 돌아다니다가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반응을 즐기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게 이런 짓은 주로 집에서만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쉽게 기분이 상합니다. 아이들은 별 것 아닌 일에 쉽게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한 번 상하면 주변 사람들을 들들 볶습니다. 계속 짜증을 내거나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돌아다니지요. 오늘 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백화점에서 동생과 포켓몬 풀백 자동차를 구매했습니다. 그 자동차는 포켓몬 캐릭터 모양 자동차였는데 랜덤박스여서 어떤 포켓몬이 나올지 모릅니다. 약간 우려가 됐으나 사전에 랜덤박스임을 말했고 각각 한 개씩 구입했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두 아이 모두 고라파덕 자동차가 나왔습니다. 원하는 캐릭터도 아니였고 마음에 썩 들어하진 않았지만 별말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서 동생과 자동차 시합을 하며 노는데 안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고라파덕 자동차가 원하는 대로 반듯이 가지 않자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동생은 자동차가 반듯이 굴러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형에게 이렇게 해 보라고 알려줬습니다. 
큰 아이는 짜증을 부리며 일부러 자동차를 험하게 다루더니 결국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고는 고라파덕 자동차를 어디엔가 던져 넣어 버렸습니다. 

여기까진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녁시간 내내 '고라파덕 짜증 난다 고라파덕 자동차 진짜 안 좋다' 등등 이제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화를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넘게 고라파덕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상관도 없는 동생을 툭툭 건들고, 엄마 아빠에게 괜히 시비를 걸다가 결국 아빠가 버럭 화를 내자 그제야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후에도 다른 이유를 붙여가며 계속 짜증을 내비치더니 티비를 보면서 잠시 잊었는지 그 후 잠잠해졌네요.

 

 

 

 

2. 아직까지 친한 친구가 없어요. 

이제 10살이 되었는데 학교에 친한 친구가 딱히 없습니다. 이 부분은 힘든 점이라기 보단 걱정이 되는 점입니다. 걱정이 되다 보니 마음이 힘드네요. 주위에 다른 또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거나 따로 약속을 잡아 만나는 모습들을 보면 더 속상해집니다. 

 

친구는 없지만 약물치료 중이라 학교생활에 문제는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내성적이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보입니다. 친구들과도 다툼이나 문제는 없고, 어울려 놀 때는 함께 놀기도 하는데 그때뿐이고 친해졌다고 할 만큼 진전되는 관계는 없는 듯합니다. 

 

지나가다 같은 반 친구들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는 딱 그 정도입니다. 

 

2학년 2학기 때 현장체험 학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선생님들께서 임의로 짝을 정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께서는 자유롭게 짝을 정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짝꿍을 정하지 못했나 봐요. 그나마 남학생 인원이 짝수로 떨어져서 남는 한 아이가 저희 아이에게 먼저 같이 앉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집에와서 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진짜 다행이지? 나 OO가 같이 앉자고 안 했으면 혼자 앉을 뻔 했는데."였습니다. 

 

학급에서 문제는 없다지만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콘서타로 약물치료를 하면 부작용으로 약간의 불안, 초조 증상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ADHD 증상이 가라앉으면서 불안, 초조 증상이 올라오니 아이가 학교에서는 다소 긴장한 상태로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약물 효과가 가장 심한 시간에는 약간 우울해 보이는 느낌으로 예민해 보이고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거기다 ADHD 영향인지 타고난 성향인지 아이가 또래에 비해 대화가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화 처리속도가 한 템포 느립니다. 그러다 보니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바로 받아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도 있습니다. 

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몸으로 놀기보다는 친구들과의 티기타가가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친구들이 보기엔 아이의 이런 모습이 아무래도 만만해 보이고 재미없어 보이겠지요. 개선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 더 고민이고 걱정되고,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힘드네요. 

 

다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편안한 장소에서 소수로 만나게 해 주면 그래도 잘 어울리고 덜 긴장하는 것 같아요.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테니 지켜보며 엄마가 개입해 줄 수 있는 건 약간의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3. 낯설고 어려운 일은 하기 싫어해요. 

새로운 일, 한눈에 봐도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은 뭐든지 싫어합니다. 비단 공부나 학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을 하나 하더라도 단순 반복 게임을 좋아하지 두뇌를 풀가동 해야 하는 게임은 단박에 거절합니다. 아이들이 다들 좋아하는 로블록스 같은 게임도 흥미로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닌텐도 마리오 카트나 무한의 계단 같은 단순한 게임만 좋아하네요. 

 

지난 포스팅에 최근 2학년 겨울방학 계획을 올린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방학 때는 다른 방학과는 다르게 집에서라도 공부를 힘들게 시켜보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금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고 어느 정도 잘 따라옵니다. 

 

아래의 글에서 2학년 겨울방학 영어공부 계획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DHD 아들 겨울방학 공부 계획 1편 - 영어 학습! 발등에 불 떨어진 2학년 겨울방학 집공부 계획

드디어 방학입니다. 3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이는 아직 학습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영어학습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3학년부터는 영어를 포함하여 사회, 과학 과목이 추가되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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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 때 제가 힘주어 계획한 과목이 영어입니다. 아이가 영어만화만 보면서 영어를 접하다가 본격적인 학습식 영어를 접해보니 쉽지 않았나 봅니다. 사실 읽기와 쓰기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할 것을 예상하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본문이 나와 자신만만했는지 재미있어하더니 바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 주는데, 아무리 친절하고 다정하게 알려주어도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문제를 틀려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것만 보면 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거려서 공부정서고 뭐고 소리 지르면서 화내고 싶습니다. 사실 오늘은 못 참고 화를 조금 냈네요.

 

아직은 2학년이라 적당히 학습을 따라왔는데 이런 자세라면 3학년때까진 버티더라도 4학년, 5학년 고비는 또 어떻게 넘길지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조금만 새롭고 어려운 일은 포기부터 하려는 아이,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알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지치네요. 

 

 


아이가 자라면서 고민의 종류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고민이었던 부분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그러나 새로운 걱정거리가 또 등장하고, 시기마다 힘든 부분이 달라집니다.

 

생각해보면 처음 ADHD 진단을 받았던 7살 때보다 개선된 부분이 참 많습니다. 이 부분만 좋아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해결됐음에도 또 다른 바람이 생기는 것을 보니 엄마 욕심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10살이 된 나의 ADHD아들을 키우며 요즘 힘든 점을 세 가지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 세 가지 외에도 기본적인 ADHD 특성들, 예를 들면 부산스럽고, 덤벙대고, 엄마 말은 다 흘려듣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은 기본값인지라 따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이제 이런 기본 특성들은 전두엽이 발달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며 의도적으로 보는 둥 마는 둥 흘려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나의 힘든 점을 글자로 하나하나 정리했더니 대나무숲에서 외친 것 마냥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힘든 일도 글로 적어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커 가면서 이런 힘든 점들도 언젠가 자연스레 사라지겠죠?

 

 

ADHD 아이들은 공부정서가 더욱 더 중요합니다! 신세한탄 후 다시 마음 다잡자는 의미에서 좋은 글 추천드려요 :) 

 

ADHD 아이 공부정서 관리, 기본 원칙 3가지 및 학습환경 세팅하기

ADHD가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학습하기 쉽지 않은 성향을 타고났습니다. 이 때문에 부모에게 잦은 비난을 받게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의 공부정서는 점점 망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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