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진단 후 1년, 초등 ADHD아이의 변화
안녕하세요, 별난아둘맘입니다.
블로그에 ADHD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생각해보니 포스팅에 자주 등장하는 피치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피치의 ADHD진단 이야기와 치료 후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우리 집 특별한 큰 아이 피치는 작년 11월, 일곱 살 때 ADHD 확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여섯 살이 끝나갈 무렵 'ADHD가 확실하다.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ADHD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아이인게 분명하다.'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확진을 받기 전, 후로 피치의 증상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세 살때부터 별난 아이
피치는 두 돌 무렵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적응 기간은 꽤 길었지만 밝고 명랑한 아이여서 적응 후에는 재미있게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세 살은 언어가 미숙하고 자기조절력이 없는 시기이니 물건을 빼앗거나 친구를 때리고 규칙을 어기는 일 등이 종종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습니다.
한편 가정에서는 잠투정이 심하고 자주 깨며, 일상적인 일들을 수행할 때 어려움이 많아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인 세수, 옷 입기, 양치하기, 어린이집 등원하기 등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수월하게 하루를 시작한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낮잠을 잘 때 잠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깨어난 후 잠투정이 심하여 한 시간 정도 울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한 동안 오전까지 보낼 수 밖에 없었지요. 또한 촉각이 매우 예민하여 부드러운 면으로 된 옷만 입었고 옷의 길이, 색깔 등 다양한 이유로 옷 입기를 거부하였습니다. 한 겨울에 나시를 입고 어린이집에 간 적도 있을 정도로요. 이렇듯 가정에서는 까탈스럽고 예민하게 구는 아이었지만 어린이집에서는 크게 문제 되는 말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학기 상담기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피치는 명랑하고 애교도 많아서 정말 사랑스러운데 장난기가 많아 친구들에게 장난을 많이 쳐요. 아직은 세 살이라 친구들도 어려서 금방 풀어지고 괜찮은데 조금만 크면 친구들에게 치일 것 같아요."
선생님의 선견지명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후 피치는 이런 성향이 계속 이어져 1년 후, 선생님께 더 업그레이드 된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님, 피치가 활발하고 장난을 좋아해서 자꾸 친구들이 싫어하는 장난을 치거나 방해를 해요. 이런일이 반복되니 친구들이 이제 누가 장난만 치면 피치가 하지 않았는데도 “피치가 그랬어요“라고 이를 정도에요.”
네 살이 끝날 때 쯤 되자 반 아이들은 무슨 일만 일어나면 모두 입을 모아 피치가 했다고 말할 정도로 피치는 방해꾼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피치는 친구들을 좋아해서 자꾸 친구들 곁을 기웃거렸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지요.
다섯 살에도 비슷한 이미지가 이어졌습니다. 이 쯤 동생 브레드가 두 살이 되어 저는 한창 바쁘고 고된 날들을 보내다가 다시 피치의 행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보통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아동발달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ADHD쪽은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고 한 동안 큰 의미없이 미술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피치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 모두 가지고 있는 복합형의 아이었지만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는 매우 집중력이 높았습니다. 또한 사람을 좋아하여 누군가 자신에게 집중해 주고 놀이나 활동을 유도하면 매우 잘 따라가는 아이였습니다. 즉 소수 인원으로 집중을 받으며 준비된 활동을 하는 센터 상담 및 수업에선 특유의 기질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섯 살이 끝날 무렵, 아무래도 ADHD맞는 것 같은데?
지난 센터 상담 결과와 주변인들의 “아 우리 애도 그래. 피치 괜찮아.“ 라는 무수한 조언들로 잠시 흔들리던 중 영유아검진 시기가 되어 소아과에 방문하였습니다. 역시나 소아과에서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좋게 말하면 호기심인 과잉행동을 여기저기 시전하고 있었지요. 세 살인 브레드보다 더 날 뛰는 모습에 폭발하기 직전, 차례가 되어 진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피치는 인지가 또래보다 매우 떨어져요. 소견서 써 드릴테니 대학병원에 꼭 가보세요.(잠시 피치와 대화를 해 보더니) 어쩌면 주의력 문제가 있어서 인지가 떨어진 걸 수도 있어요.“
유아 때는 놀게 하고 싶고 공부를 시키기 싫었던 것도 있었지만 피치는 도통 공부를 시키려고 하면 거부가 심해 남들 다 하는 숫자, 한글 공부도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혹시 공부를 너무 안 시켜서 인지가 떨어져 보이는 것 아닐까요?“
”아니에요,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피치는 일상에서 쓰는 쉬운 단어도 모르는 것이 많았고 그 나이에도 숫자를 1부터 10까지 제대로 쓰지 못 했으며 충격적인 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즉 상식이 매우 떨어진 아이였지요. 한글, 덧셈, 뺄셈 등 학습만 못 하는게 아니었단 것입니다. 정확히 만 5세 4개월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ADHD만 있으면 그저 감사하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인지적 문제까지 의심을 받고 있어 하루빨리 대학병원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대기가 무려 10개월이었습니다.
일곱 살, 만 6세 3개월 ADHD확진
거의 일 년을 기다려 대학병원 첫 진료를 받았습니다. 절망적으로 담당교수님께서도 ADHD는 검사 안 해도 확실해 보이고 인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도움반 있는 학교로 알아보세요. 인지도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이 정도면 엄마가 진작 눈치챘을텐데 학교 들어갈 때 다 되서 오시면 어떡하나요.”
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대기가 10개월인 걸 어쩌나요 선생님.... 풀 배터리는 첫 상담 후 6개월 뒤! 학교에 입학한 후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누군가 펑크낸 검사가 있어 상담 바로 다음 주에 검사를 받게 되었고 몇 주 후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인지는 정상이네요. 지능도 정상인데 사회성 관련 지능이 4세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ADHD는 확진이고 증상은 쉽게 말해 ‘중 상’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때부터 메디키넷을 거쳐 콘서타 용량을 조절하여 올 6월부터 콘서타 27, 캡베이 2알을 먹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후 변화
메디키넷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가 심하게 위축되고 쳐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눈빛이 흔들릴 정도로 불안한 느낌도 있었지요. 짜증을 매우 쉽게 냈으며 움직이기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식욕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약효가 짧았지만 많이 차분해졌지요. 4시간 정도 지속됐던 것 같습니다.
콘서타로 바꾸면서 메디키넷의 다이나믹한 효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효가 은은히 있으면서 위축된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약효가 은은하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용량을 좀 더 늘렸고 과잉행동과 부주의 모두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과 긴장감 그리고 아주 살짝 올라오는 엄마만 알아볼 정도의 틱이 나타났죠. 그래서 불안과 틱을 잡아주는 캡베이 두 알을 추가로 더 먹게 되었고 현재까진 가장 베스트 조합입니다.
여전히 비슷한 부작용이 약한 강도지만 남아있습니다. 식욕부진도 너무 심해서 일 년 전 30kg이었던 아이가 25kg이 되었지요.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행동이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회성 부분에선 콘서타 특유의 살짝 위축되는 느낌때문에 활발한 느낌은 없어도 최소 트러블을 일으키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친구들에게 양보하거나 배려하는 모습도 이전보다 많이 보입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도 줄어들었습니다. 약효와 놀이치료의 콜라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신기한 것은 가족들에게 여기 저기 시비를 털며 돌아다니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것도 증상이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내고 학교에서도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ADHD를 오픈하지 않았는데 전혀 모르시고 남자아이들 중 차분한 편이라고 하십니다.
물론 원래 가지고 있던 다른 사회성 기술의 문제도 꽤 남아있는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듯 하여 그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학업수행 능력에서 특히 가장 효과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피치는 인지지연을 의심 받을 정도로 학업지연이 있었는데 이제는 1학년 내용을 충분히 따라가고 학교에서도 중간 조금 아래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풀배터리 결과 지능이 14점 오르기도 했습니다.
가족들과의 트러블도 정말 많이 줄어들었으니 이 정도면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피치의 풀 배터리 검사 전 후 결과도 포스팅 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 포스팅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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