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별난아둘맘입니다 :)
우리 집 특별한 큰 아들 피치는 일곱 살 때 처음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은 늦게 배울수록 효율이 좋다며 아마 금방 배울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는 선배맘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피치는 한글을 배우는 속도가 매우 더디었고, 책상에 앉아 공부라는 행위를 해 내는 것 자체가 힘든 나머지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 했습니다. 결국 일곱 살 초반에 한글 자음 모음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입학 직전이 돼서야 더듬더듬 겨우 쉬운 글자를 읽어 내려가게 되었지요.
혹시 난독증 아니야?
입학 전까지만 해도 피치는 ADHD진단을 받았으니 그저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이고,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할 때 극도로 산만해 지는 아이이니 한글 떼기가 힘들었나 보다, '라고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고 여름 방학이 지나도 읽기 능력이 너무 더디게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전보단 훨씬 잘 읽긴 했지만, 읽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글을 읽을 때 리듬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보통 글을 읽다보면 띄어 읽고 강약을 조절하며 높낮이가 있기 마련인데 컴퓨터가 문장을 한 글자 씩 떼어 읽는 듯 리듬감 하나 없이 글을 읽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1학년 겨울 방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읽기와 쓰기 모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읽기 리듬이 없습니다. 또래보단 느리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내어 읽고 간단한 문장은 의미파악도 쉽게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해 보여 우선 다니고 있는 병원에 상담을 해 본 결과 난독증 검사를 해 볼 필요는 있겠다고 하시네요. 아직 난독증이다 아니다 판단할 순 없지만 책 읽는 모습을 보시더니 단어를 의미 단위로 끊어 읽지 않고 한 글 자 한 글자 읽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십니다.
교직 경력 30년이신 피치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런 아이들이 꾸준히 읽기 연습을 하다보면 2학년쯤 되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꽤 많다고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객관적으로 말씀하시는 분이라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읽기 유창성이 떨어지긴 하나 걱정되는 학생으로 분류되지는 않나 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좀 늦된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ADHD와 난독증
최근 난독증 아동의 약 40%가 ADHD를 동시에 겪고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정말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ADHD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ADHD가 아닌 난독증 진단을 받거나 혹은 둘 다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난독증만 가지고 있는 경우, ADHD만 진단 받는 경우, 혹은 ADHD와 난독증을 동시에 진단받는 경우의 치료법은 각각 달라집니다. 게다가 난독증도 세분화 되어 있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난독증은 조기에 치료 개입을 하면, 꾸준히 1년 이상 치료했을 때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고 합니다.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이의 학습발달에 악영향을 끼쳐 학습 부진 문제뿐 아니라 자존감 저하, 불안 장애, 등교 거부 등 다양한 행동 발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근 ADHD 치료를 하고 있는 피치의 읽기 문제를 유심히 살펴보며 아무래도 난독증 검사를 제대로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독증과 ADHD가 연관이 있을 줄을 몰랐는데 슬픈 예감이 드네요.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봅니다.
난독증에 대해 알아본 김에 좀 더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난독증의 핵심특징
난독증은 말 그대로 읽기 어려움입니다. 즉 난독증의 주요 증상은 읽기 어려움과 관련된 증상들입니다. 그러나 읽기 어려움은 읽기에 관여하는 다른 여러 가지 두뇌 기능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종합적인 현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두뇌 기능은 '인지, 시각 정보처리, 청각 정보처리, 작업기억, 음운인식, 주의 집중'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읽기 뿐 아니라 부족한 두뇌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여러 증상들도 흔히 동반됩니다. 즉 읽기 어려움과 관련된 일차 증상과 난독증으로 인해 발생된 이차 문제에 따른 증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유아기
말을 시작한 나이가 또래보다 느리다.
발음의 정확도가 같은 개월 수의 아이들에 비해 부정확하다.
단어나 문장 등 언어 속의 운율 인지나 동요의 박자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 5세가 넘어 한글 학습을 시작했으나, 6개월이 지나도 전혀 읽지 못하는 경우 난독증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소리내어 읽을 때 단어를 생략해 읽거나 읽기 오류가 잦다.
소리 내어 읽기를 두려워한다.
받아쓰기를 잘 하지 못한다.
또래에 비해 부정확한 발음으로 읽는다.
외국어 표기와 같은 낯선 단어를 소리 내어 읽을 때 무척 어려워한다.
조사를 빼고 읽거나 조사 읽기를 상당히 어려워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는다.
읽기 후 과도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모국어를 배울 때 보다 외국어를 배울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읽기에 작용하는 두뇌 기능 부족에 따른 증상
무언가 배울 때 느리고 잘 이해를 못 한다.
대화에서 상대방의 의도와 다르게 대화 내용을 이해 할 때가 많다.
ADHD 증상을 보인다.
청각이 매우 예민하지만, 말소리를 정확히 구별하여 듣는 것은 어려워한다.
소근육이 약하여 일상생활에서 자주 물건을 떨어뜨리는 등 실수가 잦다.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직전에 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 작업기억에 문제를 보인다.
피치도 위의 목록에 해당하는 부분이 상당히 보입니다. 아쉽게도 난독증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 많지 않고, 현재 국내에선 시중에 나와있는 진단 도구가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표준화된 공식적인 진단도구는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진단받고 치료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난독증 검사를 하고 관리를 한다고 하던데 본격적으로 정보를 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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