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조절력'에 따른 문제입니다. 자기 조절력이 부족하면 분노조절이나 감정조절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학교생활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되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모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ADHD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전쟁이 일어납니다. 모든 집이 그러겠지만 저희 집은 특별한 첫 째 아이 덕분에 좀 더 다이내믹합니다. 큰 아이의 특징은 약물 복용 전 아침시간에 증상이 매우 안 좋다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예전보다 좀 더 수월하게 아침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2년 정도 유지해 온 평일 아침 루틴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 초등 2학년 ADHD 아이의 아침 루틴과 자기 조절력
큰 아이는 약물 복용 전인 이른 아침에 항상 신이 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통제가 잘 안 되는 가장 최악의 상태입니다. 약효가 없을 때라 ADHD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두 아이 모두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평균적으로 6시 반쯤 일어나는데, 이를 때는 5시 반쯤 일어나기도 하죠. 늦잠을 자도 7시를 잘 넘기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집은 아침 시간이 다른 집에 비해 꽤 깁니다. 슬픈 일이죠.
그런데 앞서 말했듯 큰 아이는 평일 아침 루틴이 있습니다.
6시 반쯤 일어나 리딩앤 ORT 영어 이 북을 보고, 연산 문제집을 푸는 것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남거나 본인이 내키면 그날 해야 할 공부 중 일부를 더 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루틴은 제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니고 아이가 저보다 일찍 일어나다 보니 처음에는 심심해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럴듯한 루틴이 되었고요.
글로만 읽으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루틴을 수행하진 않거든요.
혼자 헤드셋을 끼고 영어 이 북을 듣는데, 들으면서 이유 없이 소리도 지르고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조용히 좀 하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약 복용 전 시간이라 동생한테 시비를 걸지만 않으면 그냥 둡니다. 종종 가만히 있는 동생에게 시비를 거는 바람에 아침부터 등짝 스매싱이 날아가는 일도 있긴 합니다.
연산문제집은 소마셈 B8단계를 푸는데 어느 순간 연산 문제풀이를 좋아해서 그냥 재미로 푸는 것 같습니다. 영어 이 북도 마찬가지로 ORT에서 가장 재미있어지는 'magic key'가 나오는 5단계를 보고 있는 중이라 자진해서 열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루틴을 수행하는 태도가 조금 엉망이긴 한데 본인 스스로 매일 알아서 한다는 게 어느 정도 자기 조절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DHD 아동에겐 어려운 일이지요.
또한 연산문제집 정답률과 리딩앤 이 북 퀴즈 정답률을 보면 거의 다 맞기 때문에 대충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은 늘 7시 20분입니다. 이때부터 식사를 하면서 동생과 함께 책을 봅니다. 웅진북클럽 이 북을 모니터와 연결하여 제가 읽어주기도 하고 성우가 읽어주는 책을 보기도 합니다.
7시 55분까지 함께 책을 읽고 양치 후 8시부터 8시 20분까지 리틀팍스를 시청합니다. 리틀팍스는 만화 보듯이 좋아서 보는 것이라 그냥 두면 알아서 매우 올바른 태도로 시청합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은 집중해서 잘합니다.
9살 피치의 평일 아침 루틴 | |
6시 30분 | 기상 |
6시 30분 ~ 7시 10분 | 리딩앤 ORT 독서, 소마셈 연산 풀기 |
7시 10분 ~ 7시 20분 | 서성거리기 |
7시 20분 ~ 7시 55분 | 식사하면서 아침 독서 |
7시 55분 ~ 8시 | 양치 및 옷입기 |
8시 ~ 8시 20분 | 리틀팍스 자유 시청 |
8시 20분 | 학교 등교 |
아침독서와 리틀팍스 시청은 제가 작정하고 만든 루틴이지만 그 이전 루틴은 스스로 만들게 된 루틴입니다. 어쨌든 아침에 루틴이 있으니 예전보다 덜 난동을 부립니다.
저희 집 큰 아이 특징이 심심할 때 절제를 못 하고 시비를 걸고 다니거든요. 피해자는 보통 동생이 되지요.
예전에는 평일루틴은 있었지만 주말에는 자유로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 아이가 주말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녔고, 아빠에게 아침마다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휴일 아침에 7시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부터 포켓몬 만화를 시청하기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그랬더니 7시 전까지는 혼자 놀거나 책을 보고 정확히 7시가 되면 엄마 아빠를 깨우러 오더라고요.
휴일 7시에 만화 보기 규칙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7시 이전에 만화를 틀어달라고 난리를 치다 혼나고 만화도 못 보게 되는 일도 많았죠. 그러나 일관되게 7시에 만화 시청하도록 규칙을 만들었더니 휴일 아침시간이 훨씬 평화로워졌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루틴을 만든 것이죠.
아이에게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주면 정착시키는 기간에는 괴롭지만 결국 자기 조절력을 생기게 하는 것 같습니다.
2. ADHD 아이의 자기 조절력 길러주기
'ADHD 전문가를 위한 치료지침서'라는 책에서는 ADHD 아이들의 자기 조절력을 가정에서 충분히 길러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ADHD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또래 친구들에 비해 행동이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자기 조절력을 길러주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의 내용은 'ADHD 전문가를 위한 치료지침서'를 읽고 참고한 내용에 개인적인 생각을 함께 담은 글입니다.
1) 아이에게 맞는 구조화된 환경 제공하기
ADHD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구조화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구조화된 환경이 바로 흔히 말하는 루틴인데요.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예측 가능한 환경을 세팅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상과 취침 시간, 숙제시간, 놀이시간, 그리고 규칙과 제재 등을 말합니다. 이런 구조화된 환경에서 아이들은 안정감을 경험한다고 해요.
또한 아이들에게 구조화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칙을 따르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기 조절력과 심리적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조화된 환경을 위해 규칙과 루틴을 만드는 것이 아이를 옭아맨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창의성을 해치는 행동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ADHD 아이들에게는 일정한 루틴과 규칙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루틴과 규칙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지켰을 때는 적극적인 칭찬과 보상으로 아이를 지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이에게 맞는 구조화된 일상을 시간표 형식으로 기입하여 실천해 보세요.
아래는 'ADHD 전문가를 위한 치료지침서' 책에서 '예시'로 기재된 표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오전>
시간 | 내용 |
7:30 ~ 7:45 | 침대에서 일어나기 |
7:45 ~ 8:00 | 세수하기 |
8:00 ~ 8:15 | 옷 입기 |
8:15 ~ 8:30 | 아침 식사하기 |
8:30 ~ 9:00 | 학교 등교하기 |
<오후>
시간 | 내용 |
1:00 ~ 2:00 | |
2:00 ~ 3:00 | |
3:00 ~ 4:00 | |
4:00 ~ 5:00 | |
5:00 ~ 6:00 | |
6:00 ~ 6:30 | 저녁 식사하기 |
6:30 ~ 8:00 | 숙제하기 |
8:00 ~ 9:00 | 자유시간 |
9:00 ~ 9:30 | 양치하기, 잠자리에 들기 |
시간표의 빈칸을 기입하여 구조화된 일상 루틴을 만들어보라고 제시한 것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시간표인데 부모와 아이의 일상에 맞춰 스타일대로 시간표를 세워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앞서 피치의 등교 전 루틴을 소개했었는데 늦잠을 자는 아이들은 엄두도 못 낼 루틴일 것입니다. 아이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기본 루틴을 만들어보고 하나씩 추가해 가며 늘려 나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피치도 7살 때는 오전 '리틀팍스' 루틴이 하나 있었고 8살 때는 '독서, 리틀팍스'루틴 현재는 '자율학습, 독서, 리틀팍스'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전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들 둘 모두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다만 제가 저녁형 인간인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2) 분명한 규칙과 제재 세우기
'ADHD 전문가를 위한 치료지침서'에 따르면 ADHD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함께 규칙을 세워야 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가치관이란 정직, 인내, 신뢰, 화목, 우애 등의 덕목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싸우지 마라', '부모를 공경하라', '거짓말을 하지 마라' 등의 행동규칙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가치관을 구체적인 행동규칙으로 표현한 것이죠.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풍이나 가치관을 먼저 생각해 보세요. 부부가 함께 리스트를 작성해 보시면 됩니다. 그 후 가치관을 바탕으로 가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규칙을 몇 가지 구체적으로 정해 보세요. 책에선 리스트를 10가지씩 정하라고 빈칸 10줄이 줄줄이 쳐져있지만, 지킬 수 있는 것 3가지라도 간단하게 아이들과 정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규칙은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대문짝만 하게 붙여두세요.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고 아이들에게 상기시켜 주면 효과적입니다.
3) 일관된 부모의 태도
ADHD 아이들은 스스로 감정이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이 '규칙과 제재'를 가하여 아이들이 자기 조절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일관된 태도라고 합니다.
앞서 가정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분명한 규칙과 제재를 만들었다면, 이제 부모가 일관된 태도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입니다.
여러 육아 프로그램이나 책에서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죠. 부모가 일관된 규칙을 시행하고 아이들을 따르게 하면 처음에는 반항과 거부가 이어지겠지만, 결국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고 규칙을 배우게 됩니다.
많이 듣던 이야기지만 적용하기 쉽지 않고 저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ADHD 아동들에게는 특히나 더 필요한 일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1시간 정도 게임을 하는 날입니다. 다만 약간의 제약이 있는데 평일에 정해진 공부를 다 끝냈을 때만 주말에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말에 형제간에 심한 다툼이 있을 때 경고를 3번 받으면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게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매주 기다리는 시간인데요. 이번 주 토요일에 두 아이가 계속 싸우다가 경고 3번을 받아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냥 게임을 시켜줄까 고민이 됩니다. 그 시간은 저의 자유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평일 내내 게임하겠다며 열심히 할 일을 성실히 해 낸 아이들이 조금 짠하기도 합니다.
가끔 흔들려서 어영부영 넘어간 적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이 잔머리를 굴리고 규칙을 지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단호하게 규칙대로 처리했습니다. 아이들이 섭섭해 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규칙이고 경고를 여러 번 줬는데 자신들이 지키지 않아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죠.
어렵지만 일관된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ADHD 아이라면 자기 조절력을 길러주기에 더욱 효과가 있습니다.
규칙과 제재를 통한 자기 조절력은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게 성장하여 궁극적으로 자기 조절력을 키우고 자존감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도록 돕게 하는 것이지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적용해 보세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말을 잘 듣지 않겠지만 결국 자기 조절력을 서서히 길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은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아이가 자기조절력을 기를 수 있도록 힘써 훗날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다른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함께 힘 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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