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직전 ADHD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누구든 초등 입학 전엔 마음이 불안하고 분주해지는데, 약물치료까지 시작하니 참 고민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아이의 ADHD를 담임선생님께 알려야 할까?'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혹은 입학 바로 직후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신상정보 기록을 위한 두툼한 종이가 집으로 전달되었어요. 아이에 대한 기본 정보와 주의할 점,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 선생님이 알아야 할 특이사항이 있는지 자세히 기재하게 되어있었죠.
이때 아이의 ADHD 약물치료를 오픈해야 하나 깊이 고민하다가 결론은 오픈하지 않았습니다.
말할까 말까 함께 병원에 다니는 엄마들에게도 묻고, 유명 카페글도 검색해 봤지만 갈피잡지 못하고 결국 알리지 않는 결정을 했죠.
이제 곧 입학시즌이네요. 저처럼 고민하시는 분들의 결정에 도움이 될까 싶어 ADHD를 학교에 알렸을 때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정답은 없으니 아이의 치료 상황과 성격, 담임선생님의 성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명하게 결정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한 포스팅에 장점과 단점, 후기까지 담으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나눠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1. ADHD를 학교에 알렸을 때 장점
1) 약물치료 경과 확인이 용이
ADHD를 학교에 알렸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약물치료의 경과를 선생님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키넷이든 콘서타든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에 가장 강력한 약효를 보입니다.
사실 피치는 메디키넷을 첫 약으로 시작했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4월 쯤까지는 메디키넷을 복용 중이었는데요. 약효가 4~6시간 정도 유지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침에는 약을 먹기 전이라 약효가 없고, 학교를 다녀오면 약효가 끝날쯤이라 아이의 약물치료 경과를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주말에 관찰한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유추해 볼 순 있었지만 정확하진 않았죠.
가정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학교에서의 모습은 또 다릅니다.
담임선생님을 잘 만난다면 학교에서 아이의 생활태도, 사회성, 학습 등에 대해 상담과 조언을 구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ADHD 약물치료 중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늘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선생님께 아이의 행동과 달라진 점 등을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피치의 친구는 입학하면서 ADHD를 선생님께 밝히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다행히 다정한 선생님을 만나 먼저 상담 요청을 드리지 않아도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주셨죠.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과 선생님 본인의 어려움까지도 솔직히 전달해 주셨나 봐요.
한 번은 선생님께서 아이의 약물 부작용이 심해서 수업시간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아이의 부작용은 '불안, 초조, 짜증'이였습니다. 차라리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잠깐 중단해 보면 어떨지 먼저 권유하셨다고 해요. 그랬을 때 학교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해 보겠다고 하셨답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문제를 풀다 틀리면 짜증을 내며 울고, 발표나 활동에 참여해야 할 때는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나 봐요. 선생님께서도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약물을 줄였는데, 좀 더 산만해지긴 했으나 학교 생활이 더 편안해 보이고 수업시간에 화를 내거나 우는 행동이 사라져서 긍정적이라는 피드백을 주셨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아이를 관찰하며 약물치료를 진행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2) 행동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이해와 배려
ADHD 아이들은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행동문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이 학교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죠. 굳이 ADHD 아동이 아니더라도 갓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 아이의 ADHD를 밝힌다면 교실 안에서의 행동문제에 대해 선생님의 이해와 배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해와 배려'라고해서 아이를 왕자처럼 특별대우 해 주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ADHD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선생님 눈에 좀 더 잘 띄는 자리에 배치를 해 준다던지, 복잡한 지시사항은 간단히 쪼개서 설명해 준다던지,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종종 해주는 것 등입니다.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그 친구 반에 너무 산만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조용한 ADHD여서 학기 초에는 인지하지 못했다가 1학기 중반쯤 눈치를 챘다고 해요.
그 아이의 행동문제는 얌전하긴 하나 손을 가만히 두지 못 하고, 자꾸 손톱을 씹거나 지우개를 뜯거나 다리를 떠는 등의 행동었습니다. 또한 사물함과 책상 서랍이 엉망진창이었죠.
친구가 그 아이의 어머니께 상담 전화를 드려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제야 아이의 ADHD에 대해 밝히셨다고 해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아이가 너무 눈에 거슬렸는데, 그제서야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면서 교실에서 아이를 도울 간단한 장치들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먼저 자리를 교탁 앞으로 옮기고 책상 정리와 사물함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었대요. 종종 책상과 사물함 검사도 했나봐요. 4학년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정리를 잘하면 칭찬도 해주고 격려해 주었다고 합니다.
학기 말쯤 되니 손 발을 가만히 못 두는 증상은 여전히 보였지만 그래도 많이 줄어들었고, 정리정돈 루틴이 익숙해 졌는지 주변 정리를 훨씬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선생님께서 ADHD에 대해 알고 계신다면 아이에게 무작정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기보다는 아이의 행동문제를 개선하고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보이는 행동문제를 부모님과 공유하여 가정에서도 지도할 수 있도록 알려주실 수 있으니 학교와 가정 모두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3) 학습적인 도움
학습에 문제가 없는 ADHD 아동도 많지만, 저희 큰 아들 피치를 포함해서 학습을 어려워 하는 아이들도 많을 거예요.
학습 자체도 문제지만 글씨를 어찌나 엉망으로 쓰는지 아직도 그 부분은 한숨이 나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의 ADHD를 알고 계신다면 직, 간접적으로 아이의 학습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수업 중 과제를 다 끝내지 못하고, 단원평가나 받아쓰기 점수가 낮은데다가 글씨가 엉망이더라도 부정적인 피드백보다는 기다려 주시거나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습적으로 부족한 부분과 개선 방향을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물론 1학년 때는 학습을 못 한다고 혼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신다면 아이의 글씨가 엉망이고 단원평가지 여기저기에 낙서가 되어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순 있겠죠.
피치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학기 초에 각 반 별로 학교 수업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모집합니다. 반 별로 다르지만 신청자가 아무도 없을 때도 있고, 1~2명 정도 신청하는 반도 있습니다.
신청자는 담임선생님께서 주 2회 부족한 공부를 살펴주시니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ADHD 아이들에겐 괜찮은 기회이지요.
저는 아이의 ADHD를 오픈하지 않았지만 입학 당시 피치가 글씨도 잘 못 읽고 연산도 약해서 선생님께서 먼저 신청하길 권하셨습니다.
심지어 먼저 상담 요청을 하셔서 피치가 학습적으로 부족한 부분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까지 전화로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1학기 상담 때 아이가 기초학력이 떨어져 고민이라고 말씀드려서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피치의 1학년 때 담임선생님처럼 아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선생님들도 종종 계십니다. 이게 겪어봐야 아는 것이라 참 어렵죠. 그래도 보통의 선생님들은 아이의 어려움을 오픈하면 대부분 도움을 주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ADHD를 밝혔을 때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적인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어느정도 조언도 들을 수 있으니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난다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겠죠?
글이 길어져 포스팅을 두 개로 나누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ADHD를 학교에 알렸을 때 단점'과 개인적인 경험담을 나눠보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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